2024.10.25(금)~10.27(일) 첫 북유럽 땅 밟기 "스웨덴 스톡홀름"
Hej Sweden!
스웨덴 사람들과의 만남 모음

"헤이(Hej)"
격식 따윈 찾아볼 수 없는 이 프렌들리한 말은 스웨덴어로 '안녕'이라는 뜻이었다.
재밌는게, 매번 가게나 식당에 들어갈 때마다 나나 스웨덴 사람들에게 종업원들이 헤이 헤이 하면서 인사해주길래 여기 사람들은 처음 보는 사람한테도 굉장히 프렌들리하게 환영해주네 싶어서 어딘가 낯설면서도 신기했다.
미국에서는 모르는 사람한테도 말을 거는 스몰토크가 일상이듯이 여기 스웨덴도 굉장히 extrovert 하고 outgoing한 나라인가보다 하는 생각에 문화 차이에서 오는 묘한 '다름'을 순간적으로 느꼈던 것 같다.
그런데 이것이 나의 단순한 오해였음을 이틀 뒤에 깨닫고 말았다. 가는 곳마다 인사하는 상황에서 모두 똑같이 헤이! 라고 인사해 준다는 것에서 이게 그냥 프렌들리하게 이야기하는게 아니라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고, 공식 인삿말이라는 걸 결국 스웨덴을 떠나는 마지막 날이 돼서야 깨닫게 됐다. 반복적인 리스닝으로 자연스럽게 단어 하나를 학습한 셈이다. ㅋㅋ
이런식으로 요즘엔 인간들이 갓난아기인 시절부터 언어를 이렇게 습득했겠구나 하는 것을 네덜란드 및 영어 사용 국가에서 영어를 쓰면서 이래저래 자주 깨닫고 있다.
아무튼 스웨덴이 extrovert 하니, outgoing하니 하는건 그냥 내가 상상해낸 헛소리였으나,
스톡홀름에서 만난 대부분의 스웨디시(swedish)들은 정말로 꽤나 친절한 파란눈의 사람들이었다.
내가 관광객이라서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칸켄백 매장, 아크네 매장, 그리고 스웨디시 미트볼 레스토랑, 감라스탄 기념품샵, 감라스탄 연어 레스토랑에서 만난 사람들이 다 친절하고 어딘가 유쾌했다.
칸켄(Fjallraven Kanken) 매장


네모 반듯 칸켄 백팩의 본고장, 스웨덴에 왔는데 칸켄 매장에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늘 칸켄 백팩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기에 이번 기회에 소비를 좀 해야겠다 싶었다. 칸켄백 매장에서 가방 고를 때 긴 금발머리를 질끈 묶은 남자 직원분이 적극적으로 이것저것 상품을 추천해줬다. 내가 초록색 가방을 찾고 있다니까 초록계열 가방을 2개를 또 꺼내줬다.
내가 이 가게에 '스웨덴 에디션 칸켄백'이 있느냐고 물어보니 굉장히 흥미롭고 재밌고 뿌듯한 표정으로 카운터 컴퓨터를 들여다보면서 뭔가를 찾더니, "그런건 없긴한데, 이미 이것들이 다 swedish라서..." 라고 나에게 설명해줬다. 자기네 나라만의 에디션이 있는지 물어보는 외국인을 싫어하는 사람은 당연히 없을 것이다. 그 뿌듯하면서 재밌다는 직원의 표정이 아직도 생각이 난다. 그에게 꽤 재밌는 소소한 에피소드를 선사해준 것 같아서 나까지 기분이 좋았다.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 매장


세상에 우리 동생이 쓰고 있는 고급 목도리 '아크네' 도 스웨덴 거였다니. 여기도 가지 않을 수 없었다. 패션 잘알 동생에게 아크네 비니가 필요한지 카톡으로 물어봤고, 동생이 하나 사와달라고 부탁했다. 아크네가 비록 비싸지만 비니 기준, 한국보단 6만원가량 저렴하다는 것을 동생 지영이를 통해서 확인하고는 더욱 당당하게 죄책감 없이 게에 들어갈 수 있었다.
아크네 매장에서도 굉장히 스타일리시한 헤어스타일에 두꺼운 디자이너 뿔테 안경을 쓰고 있는 여자 직원이 매우 친절하게 '찾고 있는 상품이 있는지' 물어봐줬고, 새 상품도 꺼내주고 계산할 땐 이것저것 재밌게 이야기를 했다.
<기억하고 싶어서 적어놓는 아크네 직원과의 대화>
직원: "아크네 스튜디오에서 물건 사는거 처음이야?"
나: "응응"
직원: "그러면 이거 작성해 줄 수 있어?" (대충 회원가입그런거였음)
나: "오케이~"
직원: "어디서 왔어?" (국가를 적는 칸이 있었음)
나: "나 south Korea 에서 왔어!"
직원: "오!! 그렇구나! 그러면 지금 여행하고 있는 중인거야?
나: "응응 내가 지금 네덜란드에서 교환학생을 하고 있어서 여행하러 왔어!"
직원: "그렇구나!! 정말 멋있다!"
나: "나 이 도시 너무 좋아
직원: "I'm really happy to hear that! 근데 오늘은 비가 와서 네가 좀 unlucky하다"
나: "맞아.. 춥더라고 근데 이틀전이랑 어제는 날씨가 좋아서 난 좋았어!"
직원: "여기 얼마나 묵어? 둘러볼 곳은 다 봤어?"
나: "(어떻게 말할지 고민하다가.. 사실 다 못봤음) 어어! 다 봤고, 여기가 내 마지막 종착지야!"
직원: "I'm really happy to hear that! 그리고 이 매장 자리가 역사적으로 굉장히 유명한 자리야. 은행이 있었던 자리거든"
나: "오 나 그거 알아, I heard that...."
직원: "스톡홀름 신드롬. 맞아"
나: "어어 그거!"
직원: "여기 네 꺼!"
나: 고마워!
직원: "좋은 시간 됐으면 좋겠다!"
나: "thankyou!"
스웨디시 미트볼 레스토랑 "Bakfickan"



스웨덴의 전통음식인 스웨디시 미트볼을 둘쨋날에 먹으러 갔다. 가게 내부는 크지 않고 아담했는데 스웨덴 현지인들로 가득 차있었다. 동양인이... 없었다! ㅋㅋㅋㅋ
그리고 음식이 정말 맛있었다.
서비스 또한 훌륭했는데 남자 웨이터 분이 센스있게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채워주면서 (예를 들면 빈 물병) 매우 polite하게 서비스를 해주어서 굉장히 고마웠었다.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고 서비스를 받는 것이기에 막 엄청 고마워해야하거나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 외국인 신분인지라 상대방을 위하는 사소한 태도가 느껴지면 매우 매우 고마워졌다...
감라스탄 기념품 샵 "The palace"


날이 꽤 춥기도 하고, 스웨덴 스톡홀름에 유독 털모자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정말 정말 많아서 결국 둘쨋날 밤에 감라스탄(스웨덴 스톡홀름의 옛 시가지) 내의 기념품 가게에서 털 모자를 하나 샀다. 기념품 샵 거의 5군데를 샅샅이 뒤져서 찾은 나만의 찰떡 모자였는데 그 가게 주인분도 굉장히 스윗하시고 친절하셔서 모자의 기능 그 이상의 효용을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인 아저씨가 먼저 나에게 말을 걸어줘서 그 자체만으로 따뜻함이 느껴졌다.
나에게 처음으로 먼저 말을 걸어준 스웨덴인이라서 내가 신나서 뭔가를 더 물어보고 싶었는데 미리 머릿속에 준비해놓은 질문이 없어서 결국 아무것도 묻지 못했었다. 그래서 이 때를 기점으로 굉장히 크게 깨닫게 됐다. 어느 나라를 가던지, 현지인에게 질문하고 싶은걸 반드시 마음 속에 품고 다니라는 것을 말이다.
언제든 질문할 기회, 같이 대화를 할 기회가 있으면 놓치지 않고 물어볼 수 있게끔. 밥먹는 동안, 물건 고르는 동안에도 생각할 수 있잖아?
나: (사려고 하는 털모자 들고 카운터로 감)
사장님: 춥죠?
나: 네 ㅜㅡㅜ
사장님: 지금이 시작이에요. 좀이따 더 추워죠요!
나: 와우.. 저는 따뜻할때 와서 럭키 하네요!
사장님: 맞아요~
감라스탄 엽서 기념품 샵 "No.11"

아무튼간, 현지인을 그렇게 만나고 싶어하더니 막상 만나니 아무것도 물어보지도 못한게 굉장히 굉장히 큰 아쉬움으로 남았어서 그 다음날이자 마지막날에 갔었던 엽서 기념품 샵에서는 내가 먼저 말을 거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동안 아쉬웠던 점을 반영해서 최대한 후회하지 않게끔 나의 업그레이드 된 스몰토크 요소들을 짧은 토크 안에 반영하려고 굉장히 노력했다.
- 먼저 말걸어보기 (달성)
- 언제 눈오는지 물어보기 << 실용적인 찐 현지인의 스웨덴 정보를 얻기 위함 (달성)
- 부담없이 그냥 편안하게 말하기 (달성)
이정도로 업그레이드를 좀 해봤는데 마지막날에 이렇게 어떻게든 수정을 해서 조금이나마 나은 모습을 보였다는데 매우 만족스러웠다.
나: 혹시 스웨덴에 언제 눈이 와?
직원: 흠... 상황에 따라서 다른데, 작년에는 따뜻해서 좀 늦게 왔거든.. 흠.. 아마 11월 말쯤? 오는 듯!
나: 헐 그렇구나, 나 눈오는 스톡홀름도 보고싶어
직원: 여기 언제까지 있는데?
나: 오늘이 마지막날이야
직원: 그렇구나, 다음에 또 와!
나: I will I will
직원: have a nice last day in Stockholm!
독일(BER 공항)에서 스웨덴(Arlanda 공항)으로!




스톡홀름으로 가기전에는 독일 베를린에 있었다. 그 이유인 즉슨, 학교에서 다같이 베를린으로 트립을 갔기 때문이다. Circus hostel이라는 곳에서 우리반 학생들과 3박4일을 하고, 트립 일정이 다 끝나고는 나는 하루 더 혼자 베를린에 묵었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기 위해서였다. 콘서트장 근처 호텔에서 나혼자 따로 1박을 하고 스톡홀름으로 넘어갔다.
스톡홀름 알란다 공항으로 가려고 베를린 BER 공항에 탑승수속을 하던 참이었는데 든 생각이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 처음으로 혼자 탑승수속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혼자서 체크인도 하고, 검색대도 혼자 통과를 했다. 그래서 나 이제 혼자서 공항 올 줄 안다! 하는 생각에 굉장히 감격했고 할 줄 아는 것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이 매우 뿌듯했다.
독일 베를린에서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갈때는 SAS항공이란걸 탔는데 스칸디나비아 항공사라고 불리는 곳이었고
나무위키에 따르면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가 합작으로 만든 항공사라고 했다. 가격도 다른 KLM 보다 훨씬 저렴해서 "한번 타보자!" 하는 생각으로 선택한거였는데 앱 UI도 사용자 친화적으로 너무 잘 만들어 놔서 굉장히 놀랐었다. 북유럽이 합작해서 이갈고 만들었네 싶었다. ㅎㅎ 암튼 그만큼 좋은 항공사인 것 같다.
처음 들어보는 항공사라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막상 타보고 이용을 해보니 매우 만족스럽다는게 내 평가다.
내가 탈 수 있는 항공사가 하나 늘었다는게 기쁘다. 내가 비행기로 갈 수 있는 곳이 더 넓어진 것 같아서 시야가 확장되는 느낌이다. (그냥 느낌일진 모르겠지만)
북유럽에 가야할 일이 있다면 SAS 항공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예정이다.
스톡홀름 알란다 공항(Arlanda airport) 도착. 첫 인상



북유럽 땅을 처음 밟는 순간이었다. 나에겐 너무 먼 나라. 지리적으로도 정서적으로 문화적으로도 너무나 멀리 떨어진 나라였어서 미지의 땅이라는 인식이 머릿속에 가득 자리잡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더 가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스웨덴에 가기 전부터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덴마크 여행 일정을 전부 다 내 갤럭시 자체 캘린더에 때려박고 있는 걸 보면, 북유럽에 완전히 매료된게 분명하다..... (남은 돈을 생각해..!! 제발) 살짝 북유럽을 정복하려는게 내 머릿속의 무의식에 있는 것 같다.
어쨌든, 공항에 처음 내려서 든 생각은
공항에 비치된 책상, 버섯모양의 스탠드, 식당부터 디자인이 다른 곳과 굉장히 다르다는 점이었다. 깔끔하면서도 아늑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역시 이케아의 본고장, 북유럽은 역시 디자인! 이구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팍 들어왔다.
고속버스를 타고 스톡홀름 시내로 나갔는데
세상에.... 창밖을 보니 침엽수들이 빽빽하게 서있었다.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보이는 초록색 침엽수들이 곧게 서있는 거였다.
고속도로엔 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었고 여기도 도시고 사람이 사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런 생각을 가진 걸 보면, 내가 잘 모르는 미지의 세계에 대해서 낙후됐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니면 북유럽이 춥고, 자연이 발달된 곳이라고 무의식중에 생각하고 있어서 그렇게 느낀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굉장히 잘 포장된 고속도로를 볼보 고속버스를 타고 빠르게 달려서 스톡홀름 센트럴 역에 내렸다.
센트럴 역 밖으로 나왔는데, 글쎄 풍경이 서울역과 굉장히 유사해서 놀랐다.
차도 많이 다니고 사람들이 캐리어를 끌고 많이 다녔다. 6차선 정도 돼보이는 큰 메인 도로, 그리고 빠르게 지나가는 차들, 센트럴 근처에 있는 육교 등이 서울역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ㅋㅋㅋ
어떤 블로그에서 스톡홀름이 북유럽 중에서 가장 큰 도시이고 유동인구도 많은 가장 큰 도시라고 써놨었는데 그 말이 단번에 이해가 됐다. 큰 도시라는 이유가 있다.
숙소에서 만난 우크라이나 언니와 첫날 저녁 밤+산책




